음악
추억 2018. 6. 10. 15:49
"그거 알아? 음악은 힘이 있어"
"어떤 힘이 있는데?"
"과거를 오롯이 떠오르게 해주는 힘."
"안타깝지만 그것은 기억이 하는 일이야. 음악이 하는 일은 아닐껄?"
"그렇지만, 음악은 연결이야. 너는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는데?"
"나는 사진처럼 예전을 기억해. 어떤 순간을 떠올리고 싶으면 그 당시를 생각해. 그러면 그 당시가 사진을 보듯이 떠오르는 거야. 보통 다 그러지 않나??"
"나는 좀 다르다? 어떤 계기가 필요해. 그 중에서도 최고는 음악이야. 음악을 들으면 그 당시가 나타나!!!!"
너는 천진난만하게 나에게 설명했다. 당시에 니가 이야기 하면서 지었던 그 표정은 아직도 사진처럼 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그리고 너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건 떠오르는게 아니야. 나타나는거? 아니지.. 연결되는거!! 맞아 연결되는거에 가까워. 음악은 나를 과거와 연결시켜줘."
"너는 진짜 신기한 사람이야. 연결이라는 단어를 이런곳에서 사용하다니.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
"너 처럼 사진찟듯이 순간을 기억하면 더 빠르게 더 세밀하게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어떤 감정이었는지, 무슨 향기가 났는지, 어떤 계절이었는지 알수가 없잖아??"
"에이 다 알수있지. 기억하면 되잖아?"
하지만, 너의 말이 사실이었다. 나는 보통 사진처럼 뭔가를 기억하지만 당시 옷차림을 기억해 내지 못하면 무슨 계절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여름인지 겨울인지 정도야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아마도 한계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천재는 아니었으니까.
나는 당시를 기억한다. 그때 나는 너와 함께 Nouvelle Vague의 Manner of Speaking을 듣고있었다. 화면에 떠있는 그 제목을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나는 사진처럼 어떤 순간을 기억한다. 이 노래의 제목도 나에게 사진처럼 남아있다.
그때 우리는 위치모를 곳에 붙어 앉아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아주 늦은 밤이었고 굉장히 습한 여름밤이었다. 여름 특유의 물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애끓는, 그리고 안쓰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에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꼇는지는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기억할 수 있다.
아마도 지금이라면, 니가 했던 그 질문의 답을,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 투닥대면서 귀여운 자존심을 살려보려고 발악하듯 했던 대답이 아니라 진짜 대답. 이제서야 할 수 있는 그 대답 말이다.
"응. 그거 알아. 음악은 힘이 었어"